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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두뇌, 중국의 손발 - 휴머노이드 공급망 지도 속 한국의 자리는 어디인가

작성자관리자발행일2026.08.27조회수46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가 최근 미국과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 구도를 정리한 공급망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은 지능형 플랫폼에서, 중국은 부품 생산 규모와 공급망에서 각각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핵심 진단이다1). 이 보고서는 어느 기업이 승자가 될지 예측하기보다, 어느 지역이 어떤 부품과 기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도에 가깝다. 트렌드포스는 이를 위해 부품 공급망 영향력 지수(CSCII)라는 새로운 평가 틀을 제시했는데, 흥미롭게도 이 분석에서 한국은 배터리 분야의 강점을 인정받아 '파워(Power)' 영역의 유력 국가로 분류됐다1). 본 글에서는 이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짚어보고, 실제로 국내 기업들이 이 파워 영역에서 어떤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그리고 중견 제조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기회 요인은 무엇인지 분석한다.

왜 지금 '공급망 지도'가 중요한가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상용화 시험 단계에 접어들면서, 핵심 부품에 대한 통제력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기업 경쟁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고 진단한다1). 완성된 로봇의 화려한 시연 영상보다 중요한 것은, 그 로봇을 구성하는 액추에이터·감속기·배터리·AI 칩 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 위에서 트렌드포스가 새롭게 제시한 것이 CSCII(Component Supply Chain Influence Index)다. 이 지수는 ①산업 규모와 시장 내 위치 ②기술적 진입장벽 및 대체 가능성 ③휴머노이드 로봇 적용·활용도 ④생산능력과 확대 속도 ⑤정책 및 지정학적 공급망 회복력, 5가지 요소를 전문가 판단으로 종합한 복합 지표다1). 구체적인 점수 자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역별 우열 구도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미국: AI 생태계가 만드는 '지능형 제국'

트렌드포스는 미국의 경쟁력이 AI 생태계에 집중돼 있다고 본다. 엔비디아의 코스모스(Cosmos)·아이작랩(Isaac Lab)·GR00T,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로보틱스(Gemini Robotics)가 대표 사례로 꼽혔고, 오픈AI 역시 투자와 연구를 통해 체화형 AI(Embodied AI)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1).

•          테슬라: 옵티머스 3세대가 공장 현장에서 실제 작업 수행 능력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다양한 작업 환경에 대한 일반화 능력 향상이 초점이 될 전망이다.

•          피규어 AI: 대기업들과 협력해 공장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활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존의 동작 제어 기술에 AI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앱트로닉: 실제 현장 배치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제미나이 로보틱스의 학습 파이프라인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부품 생산 규모가 만드는 '제조 제국'

반대로 중국은 생산 규모와 공급망 역량으로 평가받았다. 서보모터·감속기·리튬 배터리를 자국 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강화되면서, 중국 로봇 개발 기업들이 비용을 낮추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트렌드포스의 분석이다1).

대표 기업으로는 유니트리와 아지봇(Agibot)이 언급됐다. 유니트리는 고부가가치 제품과 4족보행·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빠른 제품 개발과 반복적 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기업으로, 아지봇은 약 1년 만에 생산량을 5,000대로 늘린 뒤 다시 3개월 만에 1만 대까지 확대한 것으로 보고됐다1).

주의할 점: 다만 이 생산량 수치가 어떤 모델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실제 납품·설치 현황과 최종 고객 구성은 어떠한지에 대한 세부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숫자는 실제 가동 중인 로봇 대수라기보다, 트렌드포스가 보고한 '생산 규모 확대 지표'로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1).

CSCII가 보여주는 4대 영역별 지역 경쟁력

트렌드포스는 CSCII 평가를 통해 파워(Power)·멘털(Mental)·무브먼트(Movement)·센싱(Sensing) 4개 핵심 영역에서 지역별 강점을 구분했다.

[ CSCII 4대 영역별 지역 경쟁력 ]

영역

선도 지역

핵심 근거

파워(Power)

중국 선도, 한국 강점(Strong)

중국은 대규모 배터리·부품 제조 역량, 한국은 LG·삼성의 배터리 분야 투자

멘털(Mental)

미국 최강, 중국도 강점

엔비디아·퀄컴의 AI 반도체·컴퓨팅 플랫폼 사실상 독점적 영향력

무브먼트(Movement)

중국·유럽·일본 강점

중국의 서보모터·감속기 자급, 유럽의 정밀 제조, 일본의 기계식 동력전달 기술

센싱(Sensing)

유럽 강점

독일 공급업체의 엔코더 기술 경쟁 우위

출처: TrendForce 'Humanoid Robots: US-China Divide' 분석 기반 스마트팩토리아 재구성

종합하면 중국이 파워·멘털·무브먼트·센싱 전 영역에서 가장 폭넓은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고, 미국은 멘털 영역에서 압도적 우위를, 유럽은 센싱과 무브먼트에서, 일본은 무브먼트에서, 한국은 파워 영역에서 각각 강점을 인정받았다1).

한국이 '파워' 영역에서 강점을 인정받은 이유

트렌드포스가 한국을 파워 영역의 강국으로 분류한 근거는 LG와 삼성의 배터리 분야 투자다1). 실제로 2026년 들어 이 평가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사례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보스턴다이내믹스 배터리 공급사 선정: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배터리 공급사로 LG에너지솔루션이 선정됐다. 시장은 당초 현대차 모빌리티 로봇에 배터리를 공급해온 삼성SDI를 유력하게 봤으나 예상이 빗나갔다2).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옵티머스의 배터리 공급사로도 알려져 있다.

•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로 반격: 삼성SDI는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로봇용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고에너지 밀도와 화재 위험 저감을 앞세워 휴머노이드·산업용 로봇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3). 현대차·기아와는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4).

•          배터리 3사의 정면 경쟁: 2026년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3사 모두 로봇용 배터리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LG는 원통형 배터리와 전고체 개발 현황을, 삼성SDI는 전고체 기술과 AI 기반 화재예방 소프트웨어를, SK온은 하이니켈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위아 물류로봇을 각각 선보였다3).

국내 기업의 기회 요인: 배터리를 넘어 '피지컬 AI 스택'으로

핵심 인사이트: 한국의 진짜 기회는 배터리 단일 부품이 아니라, 대기업 그룹 내에서 액추에이터·센서·배터리·소프트웨어를 수직 계열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는 트렌드포스 CSCII가 개별 부품 단위로 평가한 것과 달리, 한국 대기업 그룹 구조이기에 가능한 통합형 경쟁력이다.

LG그룹은 이런 수직 계열화 전략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LG전자의 액추에이터(로봇 관절), LG이노텍의 센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하나로 묶은 '피지컬 AI 스택'을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 엔비디아의 아이작 GR00T·헤일로스 포 로보틱스·젯슨 토르를 결합해 인지·판단·제어·안전성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5). 2026년 8월에는 구광모 LG 대표가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직접 전략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5).

삼성전자도 대표이사 직속 'RX(Robotics eXperience) 사업추진실'을 신설해 휴머노이드 고도화에 착수했다5). 두 그룹 모두 내년 1분기 공개를 목표로 차세대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구체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 5월 '민관협력 기반 AI 휴머노이드 원천기술 고도화 사업(2026~2030)'에 착수했다. 국가 전략 프로젝트 'K-문샷'의 핵심 과제로, 2030년까지 504억 원을 투입해 지능과 신체 능력을 통합한 한국형 AI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6). 이 사업에는 KIST를 비롯해 LG전자·LG AI연구원·LG에너지솔루션·로보스타·위로보틱스 등 기업과 서울대·KAIST·고려대·경희대 등 학계, 한림대성심병원까지 참여한다6).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양산과 현장실증까지 연결하는 패키지형 전략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중견 제조기업이 참고할 실행 시사점

트렌드포스는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로봇 성능 시연만으로 경쟁하지 않을 것이며, 액추에이터·감속기·배터리·컴퓨팅 플랫폼·엔코더·시뮬레이션·학습 데이터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1). 이는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 중견 제조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배터리 생태계 참여 기회 모색: 한국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파워 영역의 저변에는 셀 제조사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를 공급하는 중견기업 생태계가 있다. 로봇용 배터리 시장 확대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공급망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

•          특정 지역 의존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할 것: 중국이 서보모터·감속기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이번 분석은, 이 부품들을 조달해야 하는 국내 로봇 도입기업에도 복수 소싱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K-문샷 등 정부 사업의 공급망 참여 여지를 확인할 것: 정부 주도 휴머노이드 프로젝트가 대기업 중심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양산·실증 단계로 갈수록 부품·소재 중견기업의 참여 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론: 승자는 하나가 아니라 공급망을 지배하는 자

트렌드포스의 최종 전망은 신중하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단일 기업에 의해 독점되기는 어려우며, 상업적 활용 분야와 사용자 요구가 다른 만큼 여러 기업이 동시에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1). 중요한 질문은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가 아니라, 현장 적용을 확대하고 실제 운용 데이터를 축적하면서도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부품 공급망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기업이 누구인가에 있다.

한국은 이 지도에서 배터리라는 확실한 거점을 확보했다. LG의 그룹 차원 수직계열화, 삼성의 전고체 배터리 승부수, 정부의 K-문샷 프로젝트가 맞물리면서, 국내 중견 제조기업에도 이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창이 열려 있다.

참고문헌

1) TrendForce. "Humanoid Robots: The US-China Divide." insights.trendforce.com. 2026. https://insights.trendforce.com/p/humanoid-robots-us-china-divide

2) 한경비즈니스. "조용하던 LG의 반격…'가전명가' 벗고 로봇 밸류체인 완성." magazine.hankyung.com. 2026.04.22.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604165236b

3) 디일렉(THE ELEC). "배터리 3사, '인터배터리 2026'서 로봇 배터리 승부." thelec.kr. 2026.03.05. https://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52899

4) 한국경제. "삼성·현대차, 로봇·휴머노이드 전용 배터리 개발 손잡았다." hankyung.com. 2025.03.31.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33190581

5) 머니투데이. "삼성·LG '비밀병기' 맞붙는다…내년 휴머노이드 정면승부." mt.co.kr. 2026.08.14. https://www.mt.co.kr/industry/2026/08/14/2026081413350648905

6) 디일렉(THE ELEC). "한국형 휴머노이드, 정부 프로젝트 착수...LG엔솔, KIST 등 참여." thelec.kr. 2026.05.18. https://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56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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