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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제조현장의 AI 대전환, 중소 제약기업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

작성자관리자발행일2026.08.18조회수49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X)이 의약품 생산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한독은 AI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으로 지능형 공장을 구축했고, 종근당은 디지털 트윈과 생성형 AI를 결합한 '메타버스 팩토리'를 짓고 있다1). 대웅제약은 AI 기반 예지보전으로 균 동정 데이터 처리 시간을 416시간에서 52시간으로, 약 87% 줄였고2), 한미약품은 스마트플랜트 자동화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3). 문제는 이런 사례 대부분이 수십억 원 단위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중견기업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본 글에서는 국내 제약사 8곳의 AX 전환 사례를 정리하고, 대규모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 제약·제조기업이 정부 지원사업을 지렛대 삼아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왜 지금 제약 제조업에 AX가 필수가 됐나

과거 제약 제조현장은 작업자의 숙련도와 경험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생산·품질·설비·물류 전 영역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공정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지능형 생산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이 흐름을 가속하는 배경에는 세 가지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          인력난: 국내 제조업 취업자가 장기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충북 오송·진천, 충남 예산 등 지방 제약 생산거점은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으로 생산직 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4).

•          규제 강화: FDA·EMA 등 글로벌 규제기관의 GMP 실사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데이터 무결성(Data Integrity)을 입증할 수 있는 체계 없이는 해외 진출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          ESG 경영 압력: 품질 예측과 생산성 향상을 넘어 에너지 효율 개선과 탄소배출 저감까지, AI·DX 도입 목적이 ESG 경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자율형공장 구축사업과 제조 분야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 등을 통해 제조현장의 AI 전환을 지원하고 있으며, 환경부와 보건복지부도 친환경 제조혁신과 글로벌 GMP 대응력 강화를 위한 의약품 제조 고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지원 정책 한눈에 보기

[ 제약·바이오 제조 AX 관련 정부 지원사업 ]

사업명

주관부처

지원 내용

활용 사례

제조분야 AI 응용제품 신속 상용화 지원사업

중소벤처기업부

AI 응용제품 개발·상용화 비용 지원(2년, 국비 포함)

한독 — 유일하게 선정된 제약·바이오 기업, 총 42억 원 투입

자율형공장 구축사업

중소벤처기업부

디지털 트윈 등 자율형 생산체계 구축 지원

종근당 — 천안공장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팩토리' 구축

스마트 제조혁신 지원사업(AI트랙)

중소벤처기업부

중소제조업에 적합한 AI에이전트·온디바이스AI 활용 공정최적화·예지보전 지원

국내 중소·중견 제조기업 전반 대상 2026년 통합공고

부처협업형 스마트공장 구축사업

중소벤처기업부·보건복지부

의약품 생산라인 DX 운영체계 구축 지원

휴온스 — 제천 2공장 주사제·점안제 라인 데이터 무결성 관리체계 강화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사업

환경부(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 절감 설비·ICT 모니터링 시스템 지원

한독 — 연간 온실가스 약 600톤, 폐기물 16톤, 비용 약 2억 원 절감 목표

출처: 전자신문(2026.07.13), 중소벤처기업부 2026년 스마트 제조혁신 지원사업 통합공고 기반 스마트팩토리아 재구성

주목할 점은 이런 지원사업이 대기업이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의 자기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한독 사례처럼 총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국비로 충당할 수 있는 구조는, 자체 개발 여력이 부족한 중소 제약기업에도 충분히 열려 있는 기회다.

국내 제약사 8곳의 AX 전환 사례

한독 — 'AI 슈퍼바이저' 기반 지능형 공장

한독은 여러 전문 AI가 제조 영역별 업무를 수행하고, 이를 통합 관리하는 'AI 슈퍼바이저'가 전체 운영을 조율하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사람이 관리하는 자동화 공장'에서 'AI가 판단하고 사람이 검증하는 제조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관리자 승인형 AI 운영체계로 GMP 대응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CMO 부문 매출은 2025년 전년 대비 13% 성장한 약 400억 원을 기록했다1).

종근당 — 디지털 트윈 기반 '메타버스 팩토리'

종근당은 천안공장에 실제 설비와 동일한 디지털 트윈을 구현해 가상공간에서 제조공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가상공간에서의 조작이 실제 설비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양방향 제어를 구현해, 작업자가 오염에 민감한 클린룸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원격으로 설비를 제어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했다5). 3월에는 사내 LLM도 도입했다.

휴온스 — 데이터 무결성 관리체계 고도화

휴온스는 AI 활용 자체보다 제조 데이터의 신뢰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천 2공장의 주사제·점안제 생산라인에 컴퓨터 시스템 밸리데이션(CSV) 기반 데이터 무결성 관리체계를 강화해, 데이터 생성부터 변경·보관·활용까지 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 글로벌 생산거점의 디지털 트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리액터 내부의 유체 흐름, 산소 전달, 세포 분포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을 생산 공정에 접목했다. 표준 배치와 다른 이상 흐름을 조기에 감지해 배치 실패 가능성을 낮추고, 기술이전 속도와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대웅제약 — AI 예지보전과 QC팀 자체 개발 시스템

대웅제약 오송공장은 AI 기반 예지보전 시스템으로 설비 상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돌발 고장을 예방하고 있다. 특히 QC팀이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활용해 미생물 동정 자동화 추적 시스템(AMTS)을 자체 개발한 것이 눈에 띈다. 연간 5,200건 이상의 균 동정 데이터 입력·관리에 소요되던 416시간이 AI 도입 후 약 52시간으로, 87%가량 단축됐다2).

한미약품 — 자동화율 90%의 스마트플랜트

한미약품의 팔탄 스마트플랜트와 평택 바이오플랜트는 생산부터 포장, 물류까지 주요 공정의 자동화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 FDA·EMA 등 글로벌 규제기관의 GMP 실사에도 대응하고 있다3).

셀트리온 — 신약개발·제조·사무 3대 영역 AX

셀트리온은 신약개발·제조·사무 3대 업무 영역에 AI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반복업무를 자동화해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이며, 제조 부문에서는 신설 공장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6).

유유제약 — 작업자 안전 중심의 로봇·AI 결합

유유제약은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현장 작업자의 안전 확보를 핵심 가치로 두고, 공장 내 물류 및 위험 공정에 로봇 시스템과 AI 기술을 결합했다. AI 업무 툴과 로봇 자동화로 공정의 구조적 오류를 해소하고 품질·안전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2).

8개 사례에서 발견한 공통 패턴

핵심 인사이트: 규모와 무관하게 성공적인 AX 전환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전면 자동화'가 아니라 '가장 반복적이고 데이터가 많이 쌓이는 업무 하나'부터 시작했다. 대웅제약 QC팀의 AMTS도 전사 프로젝트가 아니라 현장 팀이 자체적으로 만든 작은 도구였고, 이것이 87%라는 가장 극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          데이터 통합이 먼저, 시스템 고도화는 그다음: 업계 관계자들은 스마트공장의 핵심을 '시스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MES·QMS·LIMS·WMS·ERP 간 데이터 연결 구조'로 꼽는다7). 새 시스템을 사는 것보다 기존 시스템 간 데이터를 잇는 작업이 우선이다.

•          정부 지원사업을 자기자본처럼 활용: 한독은 국비 지원을 지렛대로 42억 원 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여러 중견 제약사도 대규모 자체 투자 대신 국책사업을 활용하는 '맞춤형 실속 전략'을 택하고 있다8).

•          작은 성공을 현장 팀이 직접 만든다: 대웅제약처럼 QC 실무팀이 생성형 AI 도구로 직접 자동화 시스템을 만드는 '시티즌 개발' 방식은, 전문 개발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도 현실적인 접근이다.

중소 제조기업이 놓치기 쉬운 함정

다만 10년간 이어진 국내 제약 스마트공장 확산 경험은 몇 가지 현실적인 경고도 함께 남기고 있다.

•          '자동화'와 '지능화'는 다르다: 설비를 자동화했다고 곧바로 AI가 판단하는 지능형 공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가 축적되고 표준화돼 있어야 그 위에 AI를 얹을 수 있다.

•          데이터 단절(Silo)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배치 단위 데이터 관리는 가능해도 전체 트렌드 분석은 여전히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결국 엑셀 작업이 다시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휴먼에러 리스크가 생긴다7).

•          전문 인력 부재: AI 도입의 전제조건은 결국 데이터와 이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이다. 대웅제약이 문서 작성부터 AI 에이전트 활용, 바이브 코딩까지 직무별 맞춤 교육을 병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소 제약기업을 위한 실행 로드맵

대규모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 제약·제조기업이라면, 아래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          1단계 — 데이터 연결 상태부터 점검할 것: MES·QMS·LIMS 등 이미 보유한 시스템들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고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새 솔루션 도입보다 우선순위가 높다.

•          2단계 —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업무 하나를 고를 것: 대웅제약의 균 동정 데이터 입력처럼, 매년 수천 건씩 반복되면서도 규칙이 명확한 업무를 첫 자동화 대상으로 선정한다.

•          3단계 — 정부 지원사업 공고를 상시 모니터링할 것: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 제조혁신 지원사업(AI트랙)은 중소제조업에 적합한 AI에이전트·온디바이스 AI 활용을 명시적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9).

•          4단계 — 데이터 무결성 체계를 먼저 문서화할 것: 휴온스 사례처럼, 화려한 AI 도입보다 데이터 생성·변경·보관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글로벌 GMP 대응의 기초 체력이 된다.

•          5단계 — 작은 성공 사례를 사내에 공유할 것: 현장 팀이 직접 만든 자동화 도구가 성과를 내면, 이를 다른 라인·부서로 확산시키는 것이 전사 AX 전환의 실질적인 다음 단계가 된다.

결론: AI 도입 속도보다 데이터 통합 역량이 승부처

국내 제약산업의 AI·DX 전환은 단순한 자동화 수준을 넘어 '지능형·자율형·친환경 제조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다만 이 전환의 승부처는 결국 AI를 얼마나 빠르게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생산·품질·설비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통합하고 이를 품질 예측과 의사결정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중소 제약·제조기업에는 한독처럼 수십억 원을 투입할 여력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 연결 상태를 점검하고, 반복 업무 하나를 골라 자동화하고, 정부 지원사업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AX 전환의 첫걸음은 충분히 뗄 수 있다.

 

참고문헌

1) 이데일리. "한독에 삼성바이오까지… K-바이오, 'AI 스마트공장' 고도화 릴레이." edaily.co.kr. 2026.06. https://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2833926645516488

2) 이비엔뉴스(EBN). "제약바이오 심장부로 들어온 AI…신약 찾고 서류 쓰고 공장 돌린다." ebn.co.kr. 2026.06.30. https://www.eb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12112

3) 미디어펜. "'생산현장도 AI·로봇 시대'…스마트팩토리, 제약업계 필수 인프라 부상." mediapen.com. 2026.06.22. https://www.mediapen.com/news/view/1105769

4) 비즈워치. "'자동화 넘어 판단'…대웅제약 스마트팩토리 가보니." news.bizwatch.co.kr. 2026.05.18. https://news.bizwatch.co.kr/article/healthcare/2026/04/28/0049

5) 비즈한국. "제약 스마트공장 도입 10년, 자동화는 됐지만 지능화는 '글쎄'." bizhankook.com. 2026.02.12.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31463

6) 데일리팜. "후보 찾고 공정 예측까지…AI, 제약 연구소·공장 바꾼다." dailypharm.com. 2026.06.22. https://m.dailypharm.com/user/news/339070

7) 히트뉴스. "AI 스마트공장 확산… '제약 현장, 자동화 못잖게 데이터 운영 중요'." hitnews.co.kr. 2026.02.11. https://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838

8) 전자신문. "중견 제약사, 스마트 혁신 '3색 승부수'…AI·친환경·국책." etnews.com. 2026.07.13. https://www.etnews.com/20260713000263

9) 중소벤처기업부. "2026년 스마트 제조혁신 지원사업 통합공고 — 제조AI특화 스마트공장(자율형공장 AI트랙)." bizinfo.go.kr. https://www.bizinfo.go.kr/sii/siia/selectSIIA200Detail.do?pblancId=PBLN_000000000115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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